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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 읽으면 삼키고, 쓰면서 뱉는다.

[추천도서 - 소설] 굿바이 동물원 : 사람답게 산다는 것

by 달책부록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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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이미지
출처 : Pexels by Shawn Reza

 

 

작년에 <해치지 않아>라는 영화가 개봉했었죠.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굿바이 동물원>이라는 소설이 영화화가 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해치지 않아>라는 웹툰이 영화화된 것이고, <굿바이 동물원>은 <헤치지 않아>와 소재가 같은 것일 뿐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굿바이 동물원>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 또 다른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지금 처한 상황과 너무 맞닿아 있어서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네요.

 

<굿바이 동물원>도 동물원에서 인간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을 연기하는 것이 핵심 소재입니다. 하지만 <해치지 않아>와 다른 점은 주인공들이 동물원에 '동물로 취직'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성과급을 받기 위해 반달가슴곰은 축구공을 찢고, 코뿔소는 기둥을 들이박고, 고릴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부저를 눌러야 합니다.

 

주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도태된 주인공들이 '세렝게티'라는 동물원에 동물로 취직하여 동물로 살아가면서 오히려 인간 사회에서 느끼지 못한 사람답게 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동물원에서 동물탈을 쓰고 스스로가 동물이 되면 사람 구실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사람답게 사는 것, 참 만만치 않은 일이죠.

 

이 사회에서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선 때론 듣기 싫은 소리도 참고 들어야 하며, 상대방의 오해로 억울한 일도 생기기도 하고, 자존심은 이미 길바닥에 내버린 지 오래라 거래처와 고객들에게 무한 충성을 맹세하며 간과 쓸개를 술로 적시는 나날들의 연속입니다. 그렇게 무진 애를 써도 손에 남는 것은 쥐꼬리만 한 생활비가 전부죠.

 

책임감과 성실은 기본이요, 노력하지 않은 자에겐 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도 주류 사회에서 밀려나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어쩌면 정말 동물원의 동물이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사람답게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관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유별나게도 타인의 행동 하나하나에 세밀한 잣대를 들이밀고 다름은 틀린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사회에서의 삶은 참으로 숨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를 감시하는 '시선' 속에서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늘 같은 자리를 맴돌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죠.

 

진짜 내 모습, 즉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가짜이지만 동물로써 살아가는 것이 더 평온하게 느껴진다면 여러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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