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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좋아하는 장르는 아닙니다. 왜냐면, 제가 그다지 똑똑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SF는 가끔씩 제 도전욕을 자극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마션>은 동글동글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 표지와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라는 문구에 이끌려 보게 되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내용이 어려웠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아시잖아요? 대충 느낌으로 넘어가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정밀하고 세세한 과학적 지식이 담긴 세부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이야기의 큰 줄기를 따라 읽으면 SF도 어려운 내용은 아닐겁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해 못하는 그 세부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끼는 거겠죠. 똑똑하신 여러분들은 책 속에서 등장하는 과학적 지식이 맞는지 혹은 틀렸는지를 놓고 논하는 것이 즐거우실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제가 할 수 이야기는 '이야기'에 관한 것 뿐입니다. 책 속 어떤 부분에 오류가 있는지, 어떤 부분에 허점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제가 읽은 <마션>은 화성에서 감자를 수확하는 유쾌한 남자의 이야기였거든요. 책을 읽고 난 뒤 몇 년 후 책을 원작으로 개봉한 동명의 영화 <마션>의 감상평도 별 볼 일 없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맷데이먼이 화성에서 감자 수확 일지를 작성한다는 것 정도일까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대개 그러하듯 삭제된 장면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영화는 2시간 가량의 짧은 시간 안에 긴 이야기를 압축하여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영화를 먼저 접하면 선뜻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도 합니다. 두 가지 이유로 갈리는데요. 첫 번째는 영화가 실망적이었다. 두 번째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시간 낭비하기 싫다.
첫 번째의 경우,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을 때 느끼는 아쉬움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실망적인 이유는 삭제된 내용들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즉 주인공에 대한 서사를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관객은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납득할만한 내용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면 관객들은 내용이 허술하다고 느끼거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죠.
그래서 저는 영화 <마션>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먼저 봤다면 이해하지 못하고 놓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거든요. 기본적인 지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도서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에는 '모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반대로 '알면 재미있다'는 뜻이죠. 원체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 SF 장르 특성상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영화를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반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책 속에 등장하는 기계 및 장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을 것 같군요.)
영화를 보고 난 뒤 책을 읽지 않는 두 번째 경우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굳이 시간내서 같은 내용을 또 봐야 하느냐입니다. 맞습니다. 같은 내용 다시 보면 지루하고 재미없죠. 하지만 영화에서 빠진 부분을 찾아내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책을 통해 이해하고, 영화에서 분명히 봤지만 책으로 읽었을 때 또 다른 느낌을 받는 귀중한 경험을 한다면 폭넓은 시야와 지식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빠진 부분이 더 재밌거든요. 저만 그런거 아니죠??
<마션>의 영화와 책이 다른 부분을 꼽자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조금 원만하게 화성을 탈출하더라구요. 하지만 책 속 주인공은 이보다 더 험난한 위기를 극복하며 화성을 탈출합니다. 주인공에게 처한 다사다난한 시련들을 읽다 보면 이미 아는 내용이더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매력이 있죠. 또 영화도 상업적인 부분이 크게 한 몫하므로 원작 캐릭터들과 다른 이미지 혹은 다른 인종의 배우들이 캐스팅되기도 하기에 책을 통해 원작자가 의도한 인물들의 특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본 내용과 상관없이 흘러온 것 같아 쑥스럽네요. 이 글을 통해 <마션>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SF를 가볍고 즐겁게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해요.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이 너무 매력적이거든요!
그래서 책을 먼저 읽으라는 거냐, 영화를 먼저 보라는 거냐 물으신다면 저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경험밖에 없기 때문에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렵니다. (ps. 책으로 한 번 읽고, 영화로 두 번 봐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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