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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 읽으면 삼키고, 쓰면서 뱉는다.

[추천도서 - 소설]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 : 엇갈린 기억

by 달책부록 2020.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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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이미지
출처 : Pixabay by Alexandra Haynak

 

 

최근 몇 년 사이 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살펴보면 모녀관계에 대한 책들이 제법 많이 출판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나는 나, 엄마는 엄마> 등 대게 엄마에게 지배당하는 딸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페미니즘이 뜨거운 화제가 되어 여성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스러움'을 강요하는 사회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성의 삶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모녀관계 또한 남녀가 유별하며 여성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어머니 세대의 성편견으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같은 성을 가진 딸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자신이 강요당한 '여성스러움'을 딸에게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와 딸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독(毒) 엄마', '독(毒) 딸'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한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는 <고백>으로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독백 형식으로 극이 진행되며, 같은 사건을 겪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시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개개인의 가치관과 해석에 따라 다른 결말로 기억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 또한 같은 사건을 겪은 두 인물들이 서로 다른 기억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엇갈리는 진술 속에 서로의 감춰졌던 이면들이 드러나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제목이 된 '포이즌 도터'와 '홀리 마더'는 어머니에게 지배당했다고 주장하는 '유미카'와 '유미카'의 어머니는 독 엄마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유미카'의 친구 '리호'의 이야기입니다. 책에서는 '유미카'의 어머니가 독 엄마가 아니라는 결말로 끝맺음이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미카'의 주장도 어느 정도 맞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유미카'의 어머니가 직접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제 3자인 '리호'의 입장에서 서술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일은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령 가정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왜 집을 나오지 않느냐', '왜 신고하지 않느냐' 등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당하지 않고, 그 영향권 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런 가벼운 말들로 피해자들에게 이차적인 고통을 안겨줍니다.

또한 자신의 고통은 크지만, 타인의 고통은 자신의 고통에 비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처럼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보다 작다고 하여 그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작은 가시에 찔려도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통이란 크고 작은 것을 따질 것이 아니라 '상처'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받았으면 치유를 해야 하니까요.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는 타인의 입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자신의 기억이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죠. '미나토 가나에' 특유의 인간 내면의 가증스러움과 추악함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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