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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인 도트문더를 중심으로 다양한 범죄 경력을 가진 다섯 남자들이 에메랄드를 훔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뉴욕을 털어라>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반전과 빠른 전개로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범죄소설임에도 어두운 분위기의 심각한 내용이라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범행 계획을 그리고 있지 않아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주인공인 도트문더 일행은 전과자(범죄자)이기에 분명히 '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도트문더 일행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트문더 일행은 에메랄드를 훔치는데 여러 번의 실패를 맛보게 되어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사는데요. 상상하지도 못할 천재적인 계획과 완벽한 팀워크를 가지고 있는데도 성공을 눈 앞에 두고 항상 실패를 하게 됩니다.
<뉴욕을 털어라>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다섯 남자의 개성과 끝없는 반전으로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데요. 요리조리 능청스럽게 빠져나가는 모습과 바보스러울 만큼 순수하기도 한 모습의 간극을 보고 있노라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게 됩니다. <뉴욕을 털어라>는 70년대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구성과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내용이 등장하여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등 범죄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었죠. 범죄소설의 묘미는 바로 현실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범죄를 직접 저지르지는 못하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억압된 크고 작은 충동을 범죄소설을 통해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도덕적 관습의 틀을 깨고 짜릿한 통쾌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죠.
우스갯소리입니다만 어쩌면 범죄소설이 범죄율을 낮추는데 한몫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물론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간접 체험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면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죠. 소설을 읽는 것은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서라도 충동을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과 같이요.
생동감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는 더욱 몰입력을 높여줍니다. 스스로를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극을 이끌어나가는 기분을 들게 만들죠. 현실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들이지만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는 다섯 남자들의 모습은 독자들이 그들의 범죄 행위를 응원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히며, 가볍게 읽기 좋은 코믹 범죄 추리 소설 <뉴욕을 털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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