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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 읽으면 삼키고, 쓰면서 뱉는다.

[추천도서 - 에세이] 1리터의 눈물 :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1리터의 눈물을 채울 수 없다.

by 달책부록 2020.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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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이미지
출처 : Pixabay by Ulrike Mai

 

 

한 소녀에게 찾아온 특별한 병은 그 소녀가 '특별'했기 때문에 찾아온 병이 아닙니다. <1리터의 눈물>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키토 아야'는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건강한 아이였을 뿐입니다.

 

세상에는 불공평하고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흔히 일어납니다. 그럴 때면 참 하늘이 원망스러워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야'는 거센 병마 속에서도 자신만의 규칙을 세워 매일매일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아야'의 모습을 보면 습관처럼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저에게 큰 감명을 줍니다.

 

건강하고 똑똑했던 한 아이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불치병으로 '아야'는 점차 걷지도 못하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장애우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일까요.

 

병세가 악화되어 비틀거리던 걸음조차 걷지 못하고 기어서 화장실을 가며, 화장실에 가서도 조차 변기에 앉기 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뇨와 배설이 되고, 매일 쓰던 일기조차 쓸 수 없게 되어버리는 상태가 됩니다. 이전에 건강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비참해져 가는 기분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건강했을 때는 당연히 할 수 있었던 숨 쉬는 것보다 쉬웠던 일들을 이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욕구불만이 되고, 다른 이들에게 민폐가 된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며, 1년 뒤, 5년 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나날들이 지속되는 와중에서 '아야'는 삶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으로 하루에 몇 번 앉았다 일어나기, 폐활량 늘리기, 몸이 불편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 스스로 하기 등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 있는 건가요"라는 물음은 하더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아야'의 모습을 보면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러워집니다.

 

몇 해 전,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사소한 것들로 쉽사리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당시의 눈물을 모아도 1리터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1리터의 눈물'이라는 것이 책 제목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아야'의 고통만큼 큰 고통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우분들에 대해 배려가 부족하며,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지능은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부족한 사람으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차별 속에서도 장애우분들은 늘 밝고 꿋꿋하게 살아가시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저는 참으로 게으르고 나태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이라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앞에 두고도 삶을 포기 하지 않고 그 안에서도 작은 규칙들을 세워 실천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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