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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 읽으면 삼키고, 쓰면서 뱉는다.

[추천도서 - 소설] 한국이 싫어서 : 톰슨가젤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방법

by 달책부록 2020.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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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미지
출처 : 호주여행, by 임성열

 

 

장강명 작가님의 <한국이 싫어서>는 직설적인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한국이 싫어서.

 

'헬 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출판된 도서이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습니다. 정해진 '수저'(집안)와 그에 따른 학벌의 격차는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죠.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기'는 정말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모의 직업이나 소득, 학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를 잘 만나야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자수성가'라는 단어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집안의 즉, 흙수저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딛고 일어설 땅은 쉽게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과 같습니다. '실패'는 영원한 실패이며, '도전'은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두드러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능력주의' 사회에서 상위 집단은 당연 '돈 많고', '능력 좋은'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부의 세습', '직업의 세습'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톰슨가젤 이미지
출처 : Thomson's gazelle by Yathin S Krishnappa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김계나'는 한국이 싫다는 이유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톰슨가젤'에 비유를 하죠. 사자가 올 때 무리에서 벗어나 이상한 곳에서 뛰다가 표적이 되는 한 마리의 톰슨가젤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 비유가 정해진 사회의 기준에 맞춰 '남들 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만다는 뜻이라고 받아지더군요. 대학 졸업은 기본이며, 토익점수, 한국사 점수, 인턴경력, 어학연수 경험, 봉사시간까지. 사회가 정해진 기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갑니다.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는 것은 비단 스승의 은혜 뿐만은 아닌가 봅니다.

 

이민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한국 사회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사람대접'을 해주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방황을 하게 됩니다. 한국 사회의 축소판, 한인 사회가 존재했던 것이죠. 또한 영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능력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나'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결국 호주 시민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결국 호주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던 것이죠. 이제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 호주에 정착합니다. 호주는 '그나마'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던 거죠.

 

행복은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져야겠죠. 호주는 방송 기자와 버스 기자의 월급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듯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자신이 원하는 일을 '돈'에 맞춰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저마다의 행복의 기준이 다르므로 정해진 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늘 도처에 존재합니다.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작은 것에도 행복을 찾을 수 있죠.

 

코로나 19로 한국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절한 대처, 높은 시민의식들이 합쳐져 이루어낸 결과물이죠. 이처럼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사회를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지만, 당장의 앞날이 막막한 청년들에게는 <한국이 싫어서>의 내용이 마음을 거세게 흔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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