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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 읽으면 삼키고, 쓰면서 뱉는다.

[추천도서 - 소설] 안녕, 내 모든 것 : 고민은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초라해진다.

by 달책부록 2020. 6. 26.

우정 이미지
출처 : Pixabay by Michal Jarmoluk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기름 같은 세 아이들의 이야기 <안녕, 내 모든 것>은 평범하지만 가정사가 복잡한 아이, 부모님의 불화 속에 뛰어난 잠재력을 숨기며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아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늘 미안해하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서로 친구인 이 아이들은 주위에서부터 점점 떨어져 나가 각자의 환경 속에서 부유물처럼 섞이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됩니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은 채로 조금씩 멀어져 가죠.

 

누구나 비밀은 있습니다. 핏줄인 가족에게도, 가장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친구에게도 말 못 할 혼자만의 비밀이 존재하죠. 모든 이들은 자신의 주관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섣불리 다른 이들에게 비밀을 내어 보일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민에는 경중이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에 자신의 고민과 타인의 고민을 비교하게 됩니다. 서로 저울질을 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런 과정에서 서로에게 오해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또 '고작 그런 걸로 힘들다고?',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라며 상처되는 말을 주고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기도 하죠.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자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비밀을 감추게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상하게도 고민은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초라해져 버립니다. 나에게는 큰 고민이었는데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일까요?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고민에 대해 가벼이 떠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가끔씩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고민을 술술 털어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해관계가 없는 타인은 주변의 사람들보다 객관적인 의견을 내놓을 수 있고, 이해관계가 없으니 그 사람이 하는 말에 섭섭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나라도 붙잡고 털어내놓고 싶은 고민일지라도 막상 말을 꺼내고 나면 엄습할 두려움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 두려움은 대게 '타인의 시선'일 것입니다.

 

'저 사람이 날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날 귀찮게 여기겠지' 등등 수만 가지 생각들이 머리에 스치고 이내 또 혼자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아마 그 비밀 때문에 우리는 더 고립되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비밀이란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이니까요.

 

<안녕, 내 모든 것>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자신들의 비밀로 점점 고립되어 갑니다.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성장담을 그리고 있어 마치 우리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소설입니다. 누구에게나 한 때 절친했을,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아득한 추억 속에 잠기어 현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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